아름다운 것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버릴 것 같은 때에는 하나의 멜로디든, 그림의 한 부분이든, 한 문장이든
아름다운 것에 머릿속으로 힘껏 매달려서 너 자신을 정화해라"

어린 시절 아우슈비츠에서 세 번 총살당할 뻔 했던 유태인 미술상은 그의 아버지가 했던 이 말을 기억하고
시체구덩이에 숨어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마르가리타 공주의 손수건에 비치던 빛을 생각했다고 한다.

by 빙초산 | 2011/03/17 22:52 | 읽고 | 트랙백 | 덧글(0)

Elliott Smith - Twilight



Twilight
- Elliott Smith

이렇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눈물이 나기 전에 멈추는 게 좋겠지
여기를 나가 햇빛 아래서 잠이라도 자면 어떨까
날이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나는 싫어

그녀는 놓쳐서는 안될 장관과도 같고
내게 언제나 상냥하지
하지만 나는 이미 누군가의 연인
그녀는 참 예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알고있는 사람이지만
나는 이미 다른 이의 연인

외롭게 있고싶지 않은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네가 구한 약들이 기분을 나아지게 하지는 못할걸
머지않아 너는 알게될 거야
네 삶에서 제대로 된 부분은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걸

나는 네게 늘 상냥하고
너를 도울 수도 있지만
너는 이미 누군가의 연인이지
네가 잠시 나와 함께 있기만 한다면
나는 너를 미소짓게 할 자신이 있는데
그렇게 내 곁에 머물 시간이 너에게 있을까?

네가 켜둔 촛불이 너무 밝아서
날이 저물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뻔 했어
설령 네가 옳다고 생각한다 해도
나는 이제 더는 지고싶지도, 싸우고싶지도 않아

나는 너를 경이롭다고 생각하고
이 사실을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나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연인이지
그리고 만약 너와 함께하길 택했다 해도
나는 너조차 실망시키고 말았을 거야
아무튼 나는 이미 누군가의 연인
다른 이의 사람인걸

원가사

by 빙초산 | 2011/03/17 22:22 | 읽고 | 트랙백 | 덧글(0)

70



마드리드를 떠나 코르도바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하늘은 이상할 정도로 낮았다.
고개를 드니 구름의 결이 보였다. 모양새가 마치 성긴 솜뭉치와도 같아서
구름을 괜히 솜에 빗대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능선에는 이따금 희거나 불그스름한 집들이 따개비처럼 모여 붙어있었다.
그런 마을을 하나 지나칠 때마다 그곳에 붙은 이름이 궁금해졌다. 

카메라는 바르셀로나에서 도둑맞았다. 
거의 다 찍은 필름 한 통이 들은 채였다. 덕분에 내게 바르셀로나 사진은 한 장도 없다.

by 빙초산 | 2009/03/27 22:22 | 쓰고 | 트랙백 | 덧글(0)

밤이 되면

 밤이 되면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자는 시각에 깨어 있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 늦은 시간이다. 아주 늦은 시간이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서서히 새롭고 신비하고 낮의 세계보다 훨씬 짜릿하고 신나는 세계로 말똥말똥하게 들어가기라도 하듯, 점점 더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자신도 공모자라는 이 묘한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경쾌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우리는 우리의 방을 걸어 다닌다. 우리는 화장대에서 무엇인가를 집어 올렸다가 가만히 다시 내려놓는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심지어 침대의 기둥까지 우리를 알고 반응하며 우리의 비밀을 같이 나눈다…….

- <가든 파티>, 캐서린 맨스필드

야행성 인간은 예로부터 곳곳에 있어왔던 모양이다.

오로지 한번의 삶만을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채로운 감정과 인간상을
첨예하게 그리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한번 뿐이었던 자기 삶을 근본까지 캐어들어가
작품 안에 쏟아놓는 작가도 있는 것 같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후자인 듯. 

번역되어 나온 이 사람의 다른 책이 있나 찾아보았더니 검색결과로는
웬걸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만 산더미처럼 나오고…. 아쉽슈.

by 빙초산 | 2009/01/08 03:00 | 읽고 | 트랙백 | 덧글(0)

갑바도기아

터키 Kapadokya의 우리말 표기 중 하나인 '갑바도기아'.
구수하고 친근한데다 잘 옮겨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 귀여워 좋아한다.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는 말들 : 모칠득 혹은 모찰득, 불란서
'덕국'도 꽤 좋은데, 애를 쓴 흔적이 조금만 더 보였다면 한층 귀여웠을 것이다.

지천에 돌과 돌 같은 것 뿐이라는 이 험준한 도시에는 어쩐지 갑바도기아 쪽이 더 잘 어울리는 이름 같다.

by 빙초산 | 2009/01/06 21:51 | 쓰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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